집념의 천마 명인 유성길씨의 천마이야기 3
한방에서는 음식 맛을 인체 각 장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를테면 쓴맛은 심장과 관련이 있고, 매운맛은 폐와 연관이 있으며, 단맛은 위장과 관계가 있고, 신맛은 간에 속하고, 짠맛과 싱거운 맛은 신장과 연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한방의학에서 심장에 병이 있을 때는 쓴맛이 나는 것을 많이 먹고, 간장이 좋지 않을 매는 신 것을 많이 먹으며, 신장에 탈이 났을 때는 짠 것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을 처방한다. 그런데 천마는 달고 쓰고 짜고 맵고 시고, 이 다섯 가지 맛을 다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 비린 맛, 구린 맛 역한 맛, 아린 맛 따위 등 온갖 맛을 다지니고 있으니 신체 모든 부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천마 '맛'을 규명하기 위해 천마를 한 보따리 짊어지고 서울로 올라와 탑골공원이나 학교 앞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떠돌이 약장수처럼 펴놓았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천마를 공짜로 주면서 먹어보고 그 맛을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목욕탕, 다방 같은 곳에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애써 천마를 먹이고는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천마 약성에 대해서는 옛 의학책에 웬만큼 밝혀져 있다. 그러나 천마 맛이 맵거나 달다고 했을 뿐이고 그 이용법이나 다양한 약성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아마 천마가 극히 희귀한 식물이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다양한 임상 시험을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오랜 연구와 임상 시험으로 천마 약성을 낱낱이 알아내는 한편, 옛 문헌에 나오는 이용법이나 수제법이 잘못된 것도 적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문헌에 적힌 대로 천마를 쪄서 말려 약으로 쓰는 것보다는 생즙을 내거나 술로 담가서 쓰는 것이 약효가 훨씬 높고 효과도 빠르다는 것이 그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이다. 한의학에서 수천 년 동안 천마를 약으로 써왔지만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모르고 써왔다고 그는 주장한다.
'생천마를 먹으면 누구라도 명현 현상이 옵니다. 취해서 일어나지를 못해요. 보통 2~3시간쯤 자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24시간동안 자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병원으로 싣고 가는 소동이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코에 손을 대보면 숨은 쉬는데 꼬집고 때려도 몇 시간이나 일어나지를 않아요. 쪄서 말린 것과 생천마는 약성이 달라요. 쪄서 말린 것은 설사를 고치는 약이 되고 생것은 변비를 고치는 약이 됩니다. 같은 천마라도 먹는 방법에 따라 약성이 이렇게 정반대로 나타나는 겁니다."
참고로 옛 의학책에 실린 천마 약성을 알아본다.
먼저 [향약집성방]이다.
'맛은 맵고 성질은 평하다. 독이 없다. 풍·습으로 생긴 여러 가지 비중, 팔다리가 오그라드는 것, 어린이풍간, 잘 놀라는 것 등을 치료하고 허리와 무릎을 잘 쓰게 하며 근력을 높여준다. 오래 먹으면 기운이 나고 몸도 거뜬해지고 오래 산다. 산에서 자라며 음력 5월에 뿌리를 캐 햇볕에 말린다.'
다음은 '본초강목』이다.
'천마를 일명 적전지 또는 정풍초라고도 한다.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냉증이나 여러 가지 마비증,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 말을 많이 하면서 정신이 흐릿한 것, 잘 놀라고 정신이 흐릿한 것 등을 치료한다.'
다음은 약성론』이다.
'천마는 성질이 차다. 열독과 옹종에 줄기와 잎을 찧어 붙이고, 또 씨로 밥을 지어 먹으면 열기가 없어진다. 못가에서 자라며 마편초와 닮았고 마디마디에 자줏빛 꽃이 피며 들맨드라미 같은 씨가 생긴다.'
그다음은 『진장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양기를 돕고 오로칠상을 보하며 귀주, 고독을 없앤다. 또 혈맥과 관규를 잘 통하게 한다. 먹을 때 금할 것은 없다.'
그다음은 『일화자』이다.
'봄에 싹이 돋는데 갓 돈은 것은 함박꽃싹과 같고 줄기는 한 대로 곧추 올라가 2~3자나 자라 마치 화살대와 비슷하며 속은 비어 있고 붉은빛이 난다. 그 때문에 적전이라고 부른다. 줄기 속은 비었고 잎은 약간 뾰족하며 작은 잎 절반 이상이 줄기에 붙어 있다. 가는 줄기 끝에 이삭 모양인 꽃이 피고 콩알같은 씨가 생긴다. 씨는 여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가 줄기 속으로 내려가 땅에 떨어진다. 뿌리 모양은 참외와 비슷하고 10~20개가 잇따라 달리며 큰 것은 무게가 200~400그램이나 된다. 껍질은 희고 누런빛이 나서 백룡피라 하고 뿌리 살을 천마라 한다. 음력 2~3월과 5~8월에 채취해 껍질을 긁어버리고 끓는 물에 약간 삶아 햇볕에 말려서 쓴다. 고산이나 형산 지방 사람은 흔히 생겻을 꿀과 같이 달여서 과자로 만들어 먹는데, 그 맛이 매우 좋다.'
다음은 『뇌공』이다.
'쓸 때는 어풍초와 잘 가려서 써야 한다. 이것은 천마와 비슷하나 잎과 줄기가 다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쓰면 창자가 물릴 수가 있다.'
다음은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서 천마 약성을 설명한 부분이다.
'난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기생식물인 천마, 곧 수자해좆 뿌리줄기를 말린 것이다. 우리나라 북부 높은 지대를 뺀 나머지 산 각지에서 자란다. 봄이나 가을에 뿌리줄기를 캐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버린 다음 증기에 쪄서 햇볕이나 건조실에서 말린다. 맛은 맵고 성질은 평하다. 간경에 작용한다. 경련을 멈추고 간양을 내리며 풍습을 없앤다.
약리실험에서 진경 작용, 진정 작용, 진통 작용이 밝혀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픈 데, 경풍, 전간, 중풍으로 말을 못하는데, 비증, 팔다리가 오므라드는 데 등에 쓴다. 신경쇠약증에도 쓴다. 하루 6~9그램을 달임 약, 가루약, 알약 형태로 먹는다.'
유성길씨는 문헌의 기록보다 더 많은 효과가 천마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연구한 내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