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뜸의 최고 쑥은 강화 '싸주아리쑥'
조용순 씨는 쑥뜸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한편, 쑥 자체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연구했다.
쑥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의 쑥 박사'임을 자부할 만큼. 쑥은 종류가 매우 많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것만도 4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 어떤 종류의 쑥이 쑥뜸에 제일 효과가 있는지, 갖가지 쑥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고, 전설로만 전해 오던 외주아리쑥, 명아주쑥 같은 것도 찾아냈다.
뜸쑥 재료로는 옛날부터 강화도에서 자라는 싸주아리쑥을 으뜸으로 꼽아 왔다.
싸주아리쑥은 강화도 마니산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데, 여느 쑥보다 키가 조금 작고 잎에 윤기가 나며 잎끝이 둥글고 줄기가 가늘며 흰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보통 쏙보다 냄새가 더 좋으며 말리면 검은빛이 나는 보통 쑥과는 달리 누런빛이 난다.
싸주아리쑥은 침투력이 강하다.
쌀로 빚은 흰 가래떡을 5~10밀리미터 두께로 썰어 그 위에 5분쯤 타는 뜸장을 놓고 태워 가래떡 뒷면에 쑥 진이 노랗게 배어나는 것을 진짜 싸주아리쑥으로 판단한다.
쑥뜸은 이 싸주아리쑥으로 뜸을 떠야 효과가 제대로 나고, 쑥을 잘못 쓰면 효과가 작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음력 5월 단오 무렵에 벤 싸주아리쑥이라야 신비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용순 씨는 싸주아리쑥을 찾아 둘레가 몇백 리나 되는 큰 섬인 강화도와 옹진군에 딸린 수많은 섬을 샅샅이 답사했다.
인천 보건연구원 환경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토요일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강화도로 달려가 약쑥을 찾아 헤매곤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쇠로 만든 신발이 몇 번 닳아서 없어지도록 강화도와 옹진군에 널린 섬 수십 개를 구석구석 안 가본 데 없이 찾아다녔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강화도에서 자생하는 싸주아리쑥이 거의 멸종했다는 한심한 사실이었다.
"강화시장에 약쑥이라고 나오는 것 중에 진짜 약쑥은 한 타래도 없습니다. 화도면 일부에서 재배하는 싸주아리쑥이 있는데 좋지 않은 환경에서 비료 줘서 키운 것이라 제대로 약효가 있을 리 없지요.”
자생 싸주아리쑥을 찾아낸 것은 강화 본섬이 아니라 강화도에 딸린 조그마한 섬인 동검도와 서검도에서였다.
그 섬에는 그토록 애타게 찾던 약쑥이 밭둑에 수북하게 자라고 있었으나 그 섬 주민들은 그것을 잡초와 다름없는 쑥으로 여겨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섬 주민들한테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리고, 약쑥 자라는 곳 주위에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도록 설득했다.
또한 그는 좋은 뜸쑥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강화도 몇 군데와 옹진군에 딸린 섬에 넓은 쑥밭을 조성했다.
자생하는 쑥을 뽑아다가 밭에다 옮겨 심고, 거름과 농약은 일절 주지 않고 재배해 해마다 뜸쑥 1만 킬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배 면적을 넓혔다.
싸주아리쑥은 여느 작물보다 재배 조건이 까다롭다.
반드시 강화도에서 자란 것이어야만 효과가 제대로 나고, 다른 지역에서 자란 것은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강화도 안에서도 바닷바람을 맞고, 공중 습도가 높으며,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며, 주변에 가축사육장 같은 것이 없고, 농약을 치지 않는 지역이어야만 좋은 뜸쑥을 생산할 수 있다.
"약쑥은 냄새를 빨아들이는 힘이 굉장히 강해요. 가축사육장이 가까이 있거나 농약을 치는 곳에서 재배하면 안 됩니다. 가축분뇨냄새, 농약 냄새를 쑥이 다 흡수합니다. 화장실 안에 쑥불을 피워봐요. 화장실 냄새가 싹 없어집니다. 이런 조건을 다 따지려니 강화도에서 약쑥을 제대로 키울 데가 없어요.”
조용순 씨가 약쑥 단지를 조성해 놓은 곳은 서해안 옹진군에 딸린 제법 큰 섬이다. 그 섬은 본디부터 다른 쑥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싸주아리쑥이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는 데다가 공해도 거의 없고 빈 땅도 많아 약쑥을 키우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또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 공중 습도가 높으므로 공해로 오염된 강화도 쑥보다는 품질이 월등하게 나은 뜸쑥을 생산할 수 있다.
그가 이룩한 또 하나의 성과는 도가에서 구전으로만 전해 오던 '외주아리쑥'과 '명아주쑥'을 찾아낸 일이다. 외주아리쑥은 싸주아리쑥보다 몇십 배 뛰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누구도 그 실체를 몰랐던 쑥이다.
“옹진군에 딸린 한 섬에서의 일입니다. 새벽에 쑥밭을 걷는데쑥에 이슬이 하나도 안 맺혔더군요.
다른 풀에는 이슬이 흠뻑 내려서 밟고 지나가면 옷이 금방 젖어버리는데, 그 쑥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이슬이 한 방울도 맺혀 있지 않고 오히려 훈기가 느껴져요.
이슬이 내리지 않는 쑥, 이 이상한 쑥이 무슨 쑥인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던 중에 옛적부터 도가에서 '외주아리쑥은 이슬에 젖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 온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전설로만 전해 오던 외주아리쑥을 찾아낸 것이지요."
외주아리쑥은 그 자체에 온기를 많이 품고 있는 까닭에 주위 습기가 잎에 닿는 대로 바로 말라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이 맺히지 않는다. 손으로 잎을 쓰다듬어 보면 따뜻함이 느껴질 만큼 온기를 많이 품고 있다.
조용순 씨는 외주아리쑥으로 쑥뜸을 여러 차례 떠본 결과 쑥불열기가 부드러우면서도 강해 뜸 효과가 싸주아리쑥보다 몇십 배나 좋았다. 그러나 외주아리쑥은 겉모양만 보고는 싸주아리쑥과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
그리고 명아주쑥은 나물로 먹는 잡초 이름이 아니라 약쑥의 한 종류다. 명아주쑥으로 뜸쑥을 빚으면 그 빛깔이 솜처럼 희고 부드럽다.
쑥뜸 효과가 외주아리쑥보다 훨씬 강해 최고의 약쑥으로 꼽는다. 명아주쑥은 극히 희귀하고 번식이 어렵다.
'쑥뜸' 치료법이 인류의 모든 난치병을 퇴치하고, 또 정신력도키우는 만능 치료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조용순 씨는 강화도 한 귀퉁이에 붙은 조그마한 섬인 동검도에서 폐교된 초등학교를 빌려 '약쑥연구소'를 설립했다. 1994년 5월에 설립한 '약쑥연구소'는 낡은 학교 건물을 손질해 쓰는 중인데, 쑥뜸 연구와 임상 시험을 해나가는 한편 에이즈, 악성결핵, 신체마비 환자 등 난치병자들을 치료하는 요양소로 만들 생각이다. 또 약쑥으로 청량음료나 건강음료, 식품 같은 것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의 쑥뜸법은 인산 김일훈 선생의 쑥뜸법을 따르기는 하되, 그보다 좀 더 대담하다.
인산 김일훈 선생의 영구법은 5분에서 15분짜리 뜸장으로 뜸을 뜨는데 비해 대구법(法)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의 쑥뜸법은 처음부터 바로 30분쯤 타는 큰 뜸장을 올려놓고 태우는 것이다.
품질이 좋지 않은 뜸쑥으로 뜸을 뜨면 5분짜리 뜸으로도 화독을 입거나 몸이 붓는 등 부작용이 생기지만, 품질이 좋은 싸주아리쑥으로 뜸을 뜨면 30분짜리를 떠도 부작용이 없으며 효과도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를 따르는 사람 중에는 한 장 타는 시간이 1시간 10분이나 되는 목침만 한 뜸장을 연이어 석 장이나 뜬 사람도 있다. 실로 무지막지하다는 말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뜸법이다. 그는 이 대구(大灸)한 장으로 온몸의 기운이 집중돼 만병이 물러가고 갖가지 병균이 소멸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