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항생제를 써야 할까?
▶이런 거짓말을 늘 듣고 살았다.
줄줄 흐르는 콧물, 중이염, 기침 등의 증상이 시작되면 항생제를 먹어야 병이 낫는다.
항생제를 먹으면 그런 증상을 훨씬 빨리 치료한 수 있다.
우린 늘 이런 말을 듣고 살아왔다. 병원에 가서 가장 많이 처방받는 약이 항생제이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남용국가로 유명하다.
우리는 항생제를 쓰는 것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사실 항생제 치료는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복용한 항생제가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고, 항생제가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감염이 있다면, 그런 종류의 감염에 항생제를 써서 괜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항생제에 반응하는 감염에는 항생제를 쓸 때의 위험과 유익을 저울질하여 사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항생제를 사용한 치료를 진행할 때는 항상 항생제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부작용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항생제 남용 부작용의 근거
생명을 위협하는 박테리아를 없애는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로, 인류는 이 기적의 약품을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 왔다.
항생제 덕분에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지 않은 탓에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고 고통받은 것도 사실이다.
항생제가 특징 박테리아에 대해서는 분명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대규모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고, 그런 경우에는 항생제를 복용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태한 의사들과 환자의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의료계의 현실 때문에, 항생제를 써도 아무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감염 또는 아무런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치유될 수 있는 질병에도 항생제를 남용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적절한상황에 항생제를 쓰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여기에는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환자에게도 의사들이 항생제를 너무 자주 처방하는 문제를 논의하려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의사들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문제 삼지도 않았다.
당신이 병원 대기실에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며 잡지를 뒤적이다, 감기와 다른 여러 감염이 바이러스 때문에 시작되고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는 글을 읽더라도, 잠시 후에는 항생제 처방이 적힌 처방전을 받아 들고 진료실을 나설 것이 뻔하다.
오늘날의 의사들은 항생제가 필요하지않은 환자라도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설득하는 기술을 잘 배운 것 같다고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필요하지 않을 때 아무 약이나 복용하는 것은 멍청한 선택이고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항생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강력한 효능을 자랑하지만 잠정적으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적절한 상황에 정량만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어릴 때 세균과 박테리아가 나쁘다고 배웠으며, 그런 놈들은 가능한 한 많이 없애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척 다양한 항균 제품을 사용하고, 접촉한 박테리아를 완전히 없애야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집안 곳곳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한 마리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소독하고 쓸고 닦으려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박테리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 사회적 분위기는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할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바로 그린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다.
인류는 태초부터 신체의 안팎으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와 공존하며 살아왔다.
물론 그중에는 우리에게 매우 해로운 놈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이로운 작용을 한다.
우리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 DNA는 우리 몸의 고유 DNA보다100배쯤 많다.
사람처럼 박테리아도 서로 친구 또는 적대적 관계를형성하거나 중립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 몸에서식해도 될 만한 박테리아의 종류를 판단하여, 위험한 박테리아를몰아낼 때만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인체에 미치는 박테리아의 영향에 관한 연구의 방향은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다음의 몇 가지로 크게 정리해 볼 수 있다.
- 대부분의 감염은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며칠 동안(사흘에서 2주 가량 지속된 후 사라진다.일부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심하게 아프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 일부 박테리아는 인체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
- 항생제는 유익한 박테리아와 해로운 박테리아 모두를 죽인다. 일부 박테리아는 항생제로 죽일 수 없다.
- 항생제 남용은 박테리아의 내성을 초래할 수 있다.
- 좋은 박테리아를 없애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 항생제를 복용하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현명한 항생제 치료법은 가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목록이 매우 복잡해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박테리아와 항생제 사용과 관련된 주제 자체가 복잡한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최근에 발표되는 모든 전문가의 연구 결과는 한곳으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즉, 특정 상황일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하고, 제한된 기간동안만 사용하며, 그 밖의 다른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되도록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이 지구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인류는 더러운 흙과 배설물 따위에 둘러싸여 살아 왔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우리에게 더 자연스러운 삶의 방법은 깨끗함보다는 더러움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면역 시스템은 태곳적부터 이런 박테리아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져 왔다.
우리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의 숫자는 너무 많이지, 박테리아가 우리와 살아가는 것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우리가 박테리아와 살아간다고 말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을 정도다.
다만 아주 가끔 고작 몇 가지 박테리아가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고 바로 이럴 때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인체에 유익한 세균에 관해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가운데, 이로운 작용을 하는 다양한 세균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체의 피부를 보호하는 것에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지 않게끔 보호하는 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테리아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메커니즘으로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고 예상한다. 우리가 박테리아에 대해 이토록 잘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런 유익한 작용을 하는 박테리아를 한꺼번에 해치지 않도록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 순식간에 이해될 것이다. 사소한 감염에 매번 항생제를 쓰는 것에 관해 다음의 비유를 읽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인데, 목초지에서 불개미 집을 발견했다. 물개미마이리스크가 당신은 물론 소떼를 자꾸만 물자, 당신은 개미 퇴치 전문가(의사)를 불러 개미를 박멸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들고 온 해결책은 목초지에 거대한 폭탄(항생제)을 터뜨리는 것이다! 연기가 사라지고 나면 당신은 그 전문가가 불개미를 몽땅 해치웠다며 기뻐하겠지만, 당신이 아끼던 소들도 함께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절망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전문가의 폭탄 때문에 소만 아니라 축사도 모조리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불개미를 없애겠다고 폭탄을 터뜨리는 방법이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은 특별히 지혜로운 농부가 아니더라도 예상할 수 있다.
의사들은 환자가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는 한다.
노노노 !!!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항생제의 과다 복용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량이 많다는 데 있다.
▶환자가 항생제의 부작용을 피하는 방법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콧물이 흐르고 목이 붓고 기침이 난다고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늘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는 한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여 단 1초라도 더 빠르게 그 증상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약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환자를 잘 돕고 자신의 처방대로 따라 준 환자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도울 수 없는 문제로 환자가 찾아올 때면, 의사는 자연스럽게 뭔가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비록 그 행동이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치료인 순간에도,
대부분의 의사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 일이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박테리아라는 악당이 우리 몸을 공격해 감염을 유발하고 질병을 일으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몸속 박테리아 균형이 깨지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질병이 시작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박테리아를 죽이는 대신에 오히려 더 많은 유익한)박테리아를 우리 몸속에 넣어 주는 치료 전략이 훨씬 더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용량과 박테리아의 종류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프로바이오틱스의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항생제 폭탄을 써서 세균을 몰아내는 것보다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많아지는 추세다.
박테리아 감염이 질병을 유발했고,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치료되지 않을 질병이며, 박테리아 감염에 의한 그 질병이 환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이 분명할 때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환자가 그저 콧물과 기침, 미열 때문에 병원에 왔다면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했다면. 그는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해치는 의사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항생제가 꼭 필요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럴때도 신중하게 처방받은 항생제를 정량만 사용해야 한다.
출처 <의사의 거짓말 가짜건강상식>/ 켄베리지음 178~189
도서: 《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시공사(2016)우리 몸속 미생물의 숫자, 미생물이 인체를 이롭게 하는 점, 미생물을 죽이면 왜 우리 몸에도 나쁜지 등의 흥미로운 주제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도서: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마틴. 블레이저 지음, 서자영 옮김, 처음북스(2014)항생제를 남용하는 의료계의 관행이 초래한 각종 문제를 설명하고, 그 때문에 오히려 악화된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 책이다.
도서: 《의사의 거짓말 가짜 건강상식》/켄베리 지음, 한소영 옮김, 코리아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