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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숲

유라시아 대륙의 북부인 북극해를 끼고 있는 넓이 500킬로미터에서 600킬로미터에 이르는 지대에 툰드라가 끝없이 이어진다.
그곳은 1년에 8개월 이상 눈으로 뒤덮여 있다. 그러나 약 3개월간의 여름에는 이끼와 지의류(地衣類, 은화 식물의 하나로 균류와 조류와의 공생체)가 온통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10센티미터 또는 15센티미터정도의 높이로 흡사 양탄자를 깐 것처럼 돋아난다.
그 가운데에서도 순록이끼는 순록의 먹이이다.
툰드라지대에서 남쪽으로 따라 내려가면 낙엽송, 전나무, 자작나무 등의 수목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그러나 나무의 나이가 100년이된 낙엽송이라도 그 크기는 기껏해야 지름이 10센티미터 또는 15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된다.
남쪽으로 갈수록 나무는 커진다.
이 삼림 툰드라의 가장 남쪽에 대삼림지대가 펼쳐져 있다.
시베리아의 삼림을 타이가라고 한다.
이것은 밀림 또는 수해(海)라고 번역된다. 야쿠트어로 타이가란 삼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타이가를꼭 밀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타이가는 소나무, 낙엽송, 자작나무,버드나무, 전나무로 이루어진다. 즉 타이가에는 침엽수가 많다. 자작나무는 타이가의 북쪽 경계를 나타내는 표시이다.

독일의 과학자 피첸마이어는 매머드를 발견하기 위해 시베리아를여행했다. 1913년의 일이다.
"7월 16일, 베르호얀스크를 출발하여 동북쪽으로 타이가를 헤쳐나갔다. 쭉쭉 뻗은 낙엽송과 전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곳곳에서나무 끝을 스치는 햇빛이 비치고 있다.
이 주변은 길이 매우 질다.
이 평원에서는 일년 내내 북풍이 휘몰아치며 시베리아 낙엽송 숲이 멀리 펼쳐져 있다.
이 추위와 바람을견디는 수목이라면 시베리아 낙엽송 정도지만 그것조차 대단히 약하다. 북쪽으로 감에 따라 낙엽송의 키는 작고 모습도 신통치 않으며뿌리는 옆으로 퍼져 있어 바람에 뿌리째 뽑혀버린 것이 많다.
낙엽송이 바람에 뿌리째 뽑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이 부근의 광경은 마치 심통난 거인이 이제껏 가지고 놀던 장남감 상자를 뒤엎은 것 같다.”
땅은 일년 내내 얼어 있지만 여름에는 땅 속 1미터 정도는 녹는다. 나무의 뿌리는 옆으로밖에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바람에 쓰러지는 것이다.
"이렇게 바람에 날아간 낙엽송이 몇 킬로미터씩이나 연달아 있는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낙엽송의 무덤 같다."
체흡은 시베리아 여행』 가운데에서 타이가의 매력은 높이 치솟은 거목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한없이 고요함에 있는 것도 아닌 끝없이 펼쳐진 숲 그 자체에 있다고 씼다.

"첫날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두번째, 세번째 날이 되자 차츰 놀라기 시작한다. 네번째, 다섯번째 날이 되자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숲으로 뒤덮인 높은 언덕에 올라 동쪽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면 눈 아래에 보이는 것은 온통 길게 뻗어 있는 숲뿐이다. 첫날 이후 다시 언덕에 올라 멀리 그리고 넓게 보아도 역시 똑같은 경치가 펼쳐져있다.'
타이가에서 태어난 마부에게 숲이 어느 정도 길고 울창한가를 묻자 마부는 "한없습니다"고 대답한다.
이 타이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물고기와 순록을 잡으며 생활한다.
발자국을 읽다
"사흘째 되는 날 낙엽송 숲속을 걸으니 큰 곰의 발자국이 보였다.그 발자국의 길이는 36센티미터로 눈 속 깊이 패여 있었기 때문에 깜빡하는 사이에 장화가 눈 속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이렇게 쓴 사람은 매머드의 유해를 찾으러 시베리아의 타이가로간 피첸마이어이다
피첸마이어는 이 큰 곰의 발자국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의 원주민 남자 야쿠트인은 그 발자국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이것은 12시간 전의 발자국이다"고 했다. 수렵생활을 하며 숲에 사는 사람은 동물의 발자국에서 동물이 지나간 날은 물론 도망치는지 아니면 걸어가고 있는지도 알아낸다.
발자국을 더듬어 사냥감을 쫓는다든가 덫을 놓는 것은 쉬운 일에 속한다. 일단 여우의 발자국을 발견하면 이미 그 여우는 잡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옛 소련의 야쿠트자치공화국에 체르스키산맥이 있다. 체르스키는 러시아 지질학자의 이름이다. 1891년 체르스키는 야쿠츠크로부터 콜림 스크로 조사차 여행을 떠났다. 이때 그는 지금까지의 지도에는 평야로 되어 있는 곳에 산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산맥에는 후에 그의 업적을 기려 체르스키 산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체르스키 일행의 길 안내를 한 사람은 스테판이었다.

스테판은 북방의 황무지 이외에 안 가본 곳이 없는 사람이다. 여행 도중 체르스키는 스테판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동물이 지나가는 길을 읽는방법,
냄새로 풀을 식별하는 방법,
숲 속에서 방향을 정하는 방법,
말의 털로 다람쥐를 잡는 방법,
습기찬 나무로 모닥불을 피우는 방법,
낙엽송으로 샛길을 찾고 나무가 기울어진 모양으로 방위를 알아내는 방법, 산새가 우는 소리로 날씨를 예측하는 방법 등등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한카 호수 근처의 지형과 길을 조사했다.
아무르강의 지류인 우수리강 주변도 역시 숲이 계속 이어진 곳이다. 1902년 가을 그 숲에서 알세니에프는 나나이족의 어부인 델스 우자라와 우연히 마주쳤다.
알세니에프보다 앞장서서 가며 델스 우자라는 땅에 패인 발자국을 주의깊게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때때로 땅에 몸을 구부려 낙엽을 손으로 헤쳤다.
러시아 장교 알세니에프는 병사 6명과 땅바닥이 온통 헤쳐진 곳이 있었다.
델스 우자라는 멈추어 서서 발자국을 조사했다. 발자국으로 동물의 나이와 암컷인지 수컷인지를추정하기도 하고, 발을 질질 끈 멧돼지의 발자국을 찾아 두 마리의멧돼지가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쫓아낸 장소를 찾아내기도 했다.
델스 우자라는 새가 날아가는 모습으로 기후를 예견했다.
델스 우자라가 알아낸 하나하나는 자연과의 부단한 싸움 속에서터득한 생활의 지혜였다.

어쩌면 자연과의 싸움이라는 표현 방법은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델스 우자라는 지혜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멧돼지도 사람과 같아 속일 줄도 화낼 줄도 안다고 한다.
알세니에프의 병사가 해안에서 총을 헤러, 물개와 비슷하되 몸집이 더 큰 포유동물)에게 겨누었다.
델스 우자라가 막았다."가지고 가지 못합니다. 그저 죽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동물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다. 인간일지라도 반드시 필요할 때만 동물을 죽이는 것이 허락된다.
델스 우자라 같은 사람은 자연 속에서 또는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스키를 타고 고라니를 쫓다
피첸마이어가 1900년 겨울 매머드의 유해를 발굴했을 때 숲속에있는 어느 사냥꾼으로부터 활을 얻었다.
활은 100년 전 그 사냥꾼의 할아버지가 순록과 고라니 (큰 사슴) 사냥에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질긴 나무를 여러 번 겹겹이 묶어 탄력성 있게 만든 것이다.
나무를묶는 데에는 물고기의 부레에서 얻은 아교를 접착제로 사용한다. 겉은 비바람을 맞아도 아무 이상이 없도록 불에 그을린 자작나무 껍질로 둘둘 말았다.
활의 길이는 2미터. 활시위는 고라니의 창자를 꼬아 불에 그을렸기 때문에 탄력성이 뛰어나다.
화살은 여러 종류가있다.
큰 사냥감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도록 화살촉의 앞부분이 갈라진 화살,
새를 잡는 데 사용하는 화살촉이 여러 개 달린 화살, 그리고 화살촉이 뾰족하지 않은 화살도 있는데 이것은 매머드의 뼈로만든 것으로 다람쥐와 담비 등을 잡을 때 가죽이 손상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이다.

겨울에 사냥을 나갈 때에는 스키를 탄다.
스키는 낙엽송 가운데 마디 없는 부분을 사용하며 이를 말릴 때 중앙과 양 끝을 약간 휘게해서 만든다. 스키의 밑바닥에는 큰 사슴의 다리 부분 가죽 가운데무두질한 것을 붙인다.
이 가죽은 눈에 닿는 부분에 털이 달라붙어 있다. 털은 짧고 질기며 매끈매끈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갈 때에는 미끄러져 적당한 속도가 붙지만 내리막길을 갈 때에는 털이 곤두서서 눈 표면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스키는 깊은 눈에도 빠지지 않으며 현재도 겨울 등반시에 사용된다. 미국 민요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떼어놓은 실 (seal), 담뱃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눈부시게 빛나는 산등성이에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실은 바다표범의 털가죽이다. 눈 덮인 산에 오를 때 스키의 밑바닥에 실을 붙이고 오른다. 그러면 이상할 정도로 뒤로 미끄러지지 않고서도 올라갈 수 있다. 내리막길을 갈 때에는 실을 바깥으로 하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에스키모 같은 해수 수렵민은 바다표범의 가죽을 사용했다.
추위가 극심해서 눈이 완전히 얼면 발이 눈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길이가 길고 폭이 짧은 스키를 사용한다. 이 스키에도 고라니의 가죽을 붙이면 스키 밑바닥에 눈이 달라붙는다든가 얼어붙지 않는다.이 스키를 타고 고라니와 순록을 쏜살같이 뒤쫓아가는 것이다.
순록사냥에 가장 좋은 때는 순록이 이동하는 계절이다. 해마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순록떼는 모기를 피해 겨울 동안에 지내던 곳을출발해 툰드라지대와 산악지대로 이동한다. 순록에게는 모기가 정말로 겁나는 곤충이다.
"말도 사람도 벌떼처럼 순식간에 몰려온 모기에게 물리고 만다"고 피첸마이어는 시베리아의 매머드』에 썼다.
따라서 사람은 망 같은것을 반드시 뒤집어써야 한다. 피를 빨아먹는 곤충은 모기뿐만 아니라 구누스라고 불리는 암모기와 같은 곤충도 수없이 많다.
이런 형편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순록은 모기를 피해 이동한다. 가을이 되면 순록은 떼를 지어 겨울의 서식지로 되돌아온다.
숲속의 사냥꾼들은 강을 건너려는 순록떼를 기다린다. 순록떼가 강 가운데 다다랐을 때 일제히 덮친다. 창 하나에 한 마리씩이다.
이때는 온 가족이 함께 일한다.
잡은 순록의 가죽을 벗긴 다음 발라낸 고기를 소금에 절여 훈제로 만드는 작업은 며칠씩이나 계속된다.
타이가에서 수렵생활을 하는 사람은 지금부터 5~6천 년 전에 독특한 수렵문화를 구축하고 있었다.
5~6천 년 전은 고고학적으로 말하자면 신석기시대에 해당한다.
신석기시대인은 마제석부(磨製石斧)와 화살을 사용했으며 토기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그리고 털가죽으로 만든 모자, 가벼운 가죽, 짧은 조끼 등 타이가에서의 이동생활에알맞는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가벼운 이동용 텐트를 고안해냈으며 스키를 탔다. 극심한 모기를 쫓아내기 위해 사용한 듯한 '모깃불을 피우는 기구'가 발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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