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천마를 팔아 집안을 다시 세운 유성길씨는 그때부터 천마를 직접 재배해 보기기 결정했다.
천마를 인공으로 재배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하고도 어리석은 짓이었다. 천마는 참나무 작은 데서 영양을 얻어 자라는 기생식물인 동시에 몇가지 버섯 균과 공생하는 식물이다.
참나무에서 영양을 공급해 주는 균사와 그 균사를 자라게 하는 버섯 균이 없으면 번식이 안 된다.
그는 거의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천마 인공재배에 도전해 갖가지 방법으로 재배를 시도했다. 그 수백 번 반복된 실패와 좌절과한숨과 눈물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참나무 둥치를 베어서 땅에다 묻고 천마 뿌리를 그옆에 심는 방법으로 재배를 시도했지요. 가물면 풀을 베어다 그 위에 덮어주고. 그랬더니 장마철에 습기가 차니까 몽땅 썩어버려 절단이 났어요. 참나무 그루터기 옆에다 천마를 심어도 보고, 골을타고 묻어 보기도 하고, 별별 방법을 다 써 봐도 실패뿐이었습니다. 이래도 실패, 저래도 실패, 미친년 널뛰듯 설쳐 봐도 도무지 되지를 않아요. 참나무를 넉 자 길이로 잘라 줄을 맞추어 심고는 틀림없이 잘됐을 거다, 하고 캐보면 다른 탈이 생겨서 다 죽어 버리고, 또 이번에는 보나 마나 실패다, 하고 캐보면 그중에 안 썩고 살아 있는 놈이 있어. 자신 있게 해놓은 건 썩어 없어지고, 실패했구나 하고 들여다보면 혹 제대로 된 게 있고 이거 암만 연구해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해마다 꼭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지극한 정성을 기울여 가꿔도 가을에 땅을 파보면 기대와는 반대로 천마는 흔적도 없이 썩어버리곤 하기를 20년. 그토록 오랜 세월을 해도 안 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죽을 때까지라도 해서 꼭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집념과 오기가 생겼다.

그는 야생 천마 생태를 연구하면 그 재배법을 찾아낼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야생 천마가 나는 데를 찾아 전국 산천을 이 잡듯이뒤지며 다녔다. 천마에 미친 그의 집념은 무서웠다.
전국에 있는 산은 안 가본 데가 없다시피 다니며 천마 자생지를 찾아내서는 그곳의 토양, 습도, 온도, 공생식물과 관계 등을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러는 중에 간첩으로 몰리는 수난도 겪었고 배가 고파 쓰러져 산중귀신이 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한테는 불가능한 일이 없는 법이다. 여러 해를 산에 미쳐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천마 재배에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냈다.
“영덕 칠보산에서였어요. 겨울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곳에서말라죽은 천마 싹을 발견했습니다. 얼어붙은 땅을 간신히 괭이로파서 천마를 몇 개 캐보니 얼어서 뚝뚝 부러지더군요. 이듬해 그자리에 가보니 날씨가 얼마나 가물었던지 흙에 물기라곤 없고 먼지만 풀썩풀썩 나요. 그런데도 천마는 죽지를 않았어. 그때 깨달은 거요. 천마는 물 흐르는 곳에서도 살고, 건조한 땅에서도 살고, 춥거나 덥거나 상관없어. 그런데 건드리기만 하면 썩어 없어져요. 한무더기 있는 것 중에서 한 개라도 손을 대면 전부 씌어버리는 거라. 참나무가 다 썩을 때까지 번식해야 되는데 왜 그게 안 되나, 내가 왜 20년을 고생만 했던가 하는 원인을 그때 알아낸 거요. 천마를 건드리지 않고 재배하는 방법만 찾아낸다면 틀림없이 성공할거리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손을 대지 않고 천마를 재배할 것인가 하고 고민하던 끝에 나일론 실로 짠 양파 자루로 나무를 싸서 재배해 보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별로 효과가 없어서 다음번에는 인천연안부두에 가서 고기 잡는 어망을 사다가 실험했다. 이 방법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천마가 어망 틈에 끼어서 잘 자라지 못하거나 철사로 된 어망에 녹이 슬어 쉬 삭아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썩지 않도록 코팅한 철망을 써보니 그것이 제일 나았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만큼 천마를 인공으로 생산할 수있게 된 것이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혼자서 하늘 보고 웃곤 합니다. 세상천지에 나처럼 미련한 놈이 없구나, 미쳐도 보통 미친놈이 아니구나,실패만 하고도 그만두지를 못하다니………. 천마에 미쳐 과로로 다섯 번이나 쓰러졌고, 딴 농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더니 빚을 수천만 원이나 짊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천마를 제법 많이 생산할수 있게 되었으니 고생한 만큼 보람을 찾은 셈이지요.”
그가 개발한 천마 재배법은 참나무를 두 자쯤 길이로 잘라 종균을 접종하고는 쇠 그물로 싸서 땅속 20센티미터 깊이로 묻는 방법이다. 이 재배법으로 밭 5천 평에 천마를 재배했는데 1평에서 평균30근, 많이는 수백 근까지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에 잘못되면 모두 썩어버려서 씨앗도 건지지 못한다.

천마 인공재배에 성공한 것보다 더 큰 유성길 씨 업적은 천마의놀라운 약성을 규명해 그 효능을 밝힌 것과 자신이 생산한 천마로현대의학이 포기한 갖가지 난치병자 수백, 수천 명을 고친 일이다.
그는 천마로 중풍, 뇌일혈, 간질, 당뇨병, 간경화, 디스크, 하반신마비, 피부암, 백혈병, 심장병, 신장병, 관절염, 위장병, 산후병, 농약 중독, 반신불수, 좌골신경통 등 수십 가지 질병을 고쳤다. 한마디로 천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만큼 효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천마 재배법을 연구하느라 미쳐 돌아다니면서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탓인지 그에게 병이 찾아왔다. 40살 무렵이었다. 음식을먹기만 하면 속이 몹시 쓰리고 아프며 아랫배가 늘 차갑더니 어느날 갑자기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버렸다.
얼굴 반쪽이 마비되어 한쪽 눈을 감을 수고 뜰 수도 없고, 눈물도 줄줄 흘렀고,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병원이며한약방을 다니며 약도 먹고 치료를 받아 보았으나 낫지 않았다. 이대로 병을 지니고 사느니보다는 쥐약이라도 먹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효과를 본 것이 천마였다.
"멧돼지도 상처가 나면 낙엽송 진을 긁어 상처에다 바르거나 약초를 캐 먹으며 제 병을 고칠 줄 알아요. 짐승도 제 약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 그걸 몰라 죽게 된 걸 생각하니 참 한심하더군요. 그때 마침 집에 있는 천마가 생각났습니다. 저게 그렇게 비싼 것은 그만한 약효가 있기 때문일 거다. 이거나 한번 먹어보자, 하고는 천마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또 좋다는 풀뿌리, 나무뿌리 죄다 파다가 감주도 만들고 술도 담아 열심히 먹었습니다. 이것저것 열심히 먹다 보니 뭘 먹고 나았는지 모르지만 병이 다 나았습니다.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보니 결론은 천마로 효력을 본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천마 약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천마로 안면신경마비와 위장병, 하복부 냉증 등 자신의 병을 고치자 그는 천마로 술을 담가 주변 사람들한테 먹여 그 맛을 알아보게 했다. 생천마와 말린 천마를 함께 먹어보게 해 그 맛을 견주어도 보았다. 그랬더니 먹는 사람마다 맛이 다 달랐다. 천마 맛을 어떤 이는 쓰다고 했고, 다른 이는 달다고 했으며, 또 다른 이는 맵고 아리다고 했고, 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개 음식은 한두 가지맛밖에 없는데 천마는 수십 명이 맛을 다 달리 얘기했다.
한방에서는 음식 맛을 인체 각 장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를테면 쓴맛은 심장과 관련이 있고, 매운맛은 폐와 연관이 있으며, 단맛은 위장과 관계가 있고, 신맛은 간에 속하고, 짠맛과 싱거운 맛은 신장과 연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한방의학에서 심장에 병이 있을 때는 쓴맛이 나는 것을 많이 먹고, 간
장이 좋지 않을 매는 신 것을 많이 먹으며, 신장에 탈이 났을 때는 짠 것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을 처방한다. 그런데 천마는 달고 쓰고 짜고 맵고 시고, 이 다섯 가지 맛을 다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 비린 맛, 구린 맛 역한 맛, 아린 맛 따위 등 온갖 맛을 다지니고 있으니 신체 모든 부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천마 '맛'을 규명하기 위해 천마를 한 보따리 짊어지고 서울로 올라와 탑골공원이나 학교 앞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떠돌이 약장수처럼 펴놓았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천마를 공짜로 주면서 먹어보고 그 맛을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목욕탕, 다방 같은 곳에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애써 천마를 먹이고는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사람마다 맛을 다 다르게 얘기해요. 달다는 사람, 쓰다는 사람, 아리다는 사람, 노릿하다는 사람, 비리다는 사람, 구리다는 사람, 짜다는 사람, 아무 맛도 없다는 사람, 구수하다는 사람, 몹시 역하다는 사람, 지린내가 난다는 사람, 한약 맛이 난다는 사람, 여러 가지 맛이 섞여 맛을 모르겠다는 사람 등 별별 사람이 다 있어요. 대개 약초는 한두 가지 맛을 지니고 있을 뿐인데 천마는 이렇게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으니 약효도 다양하고 뛰어날 수밖에 없지요."
천마 약성에 대해서는 옛 의학책에 웬만큼 밝혀져 있다. 그러나 천마 맛이 맵거나 달다고 했을 뿐이고 그 이용법이나 다양한 약성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아마 천마가 극히 희귀한 식물이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다양한 임상 시험을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오랜 연구와 임상 시험으로 천마 약성을 낱낱이 알아내는 한편, 옛 문헌에 나오는 이용법이나 수제법이 잘못된 것도 적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명인 명의를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중의술 쑥뜸을 아시나요? (2) | 2023.12.05 |
---|---|
집념의 천마 명인 유성길씨의 이야기 4 (2) | 2023.12.01 |
집념의 천마 명인 유성길씨의 천마이야기 3 (2) | 2023.11.30 |
집념의 천마 명인 유성길씨의 천마이야기 1 (1) | 2023.11.29 |
차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2) | 2023.11.08 |
- Total
- Today
- Yesterday
- 장례시선택사항
- 쑥뜸
- 사망후행정절차
- 장례행정절차
- 국밥유래
- 객관적판단
- 유형별해법
- 고양이좋아하는냄새
- 눈밑통증
- 미리알고예방하는안진법
- 시고르자브종
- 노화방지
- 차문화
- 고양이싫어하는냄새
- 초원사라들
- 운동과체중관계
- 코안진법
- 조선에온서구인
- 몸의이상신호
- 부교감신경
- 장례필요사항
- 이상증상신호
- 안진법
- 서양인식사
- 모세혈관
- 몽골의자연
- 귀안진법
- 안티에이징호르몬
- 노화원인
- 우유문제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